[스크랩] 감꽃이 핀다 감꽃이 핀다 감꽃이 핀다. 일찍이 내 기억 밖으로 걸어나간 할배가 굶는 일에 이 갈려 일제 때 심었단 감나무 명 짧은 아부지가 자주 누렁이를 매달았고 시집살이 고된 어무이가 남 몰래 설움못 박던 임씨 종가 감나무에 올해도 허연 감꽃이 핀다. 감꽃 잘 주워 먹던 먹보 큰누나는 열 아홉에 돈 벌러 .. 사랑채(무아방) 2010.03.15
[스크랩] 산행, 내려가는 산행, 내려가는 배배 꼬인 새끼줄 찌그러진 맥주캔 같은 것 싸짊어지고 그 사내 반야봉 오른다. 山 너머 山 山 어디다 배낭 풀어 마음 버려야 할까 이러고도 안락한 세 끼의 밥 노래할 수 있을까 맘 같지 않은 세월 찢긴 문풍지로 서서 푸부부부 바람결에 운다, 웃는다. 한때 불이었던 그 사내 산맥 버티.. 사랑채(무아방) 2010.03.15
[스크랩] 풍경 풍경 외딴 두메 버려진 폐가 서너 채, 반쯤 허물어져 가는 돌담과 깨진 장독대 옆에 샛노란 해바라기 하나 철든 가분수로 서 있다 벌써 몇 년째 발길 끊긴 오솔길 언제 여기가 사람의 마을이었냐는 듯 잡것들 무성하고, 저쪽 언덕배기에 노부모 묏등이 이노므손, 영 잊어뿌럿능갑다 잊어뿌럿능갑다 무.. 사랑채(무아방) 2010.03.15
[스크랩] 턱걸이 졸업 턱걸이 졸업 우여곡절 끝에 턱걸이로 졸업하는 날 취직 못한 아들 그래도 하늘처럼 섬기는 어머니의 보람된 한 순간을 위하여 가운 걸치고 사각모 눌러쓴다 혜비된 희열 헤프게 터트려 아낌없이 사진을 박고 하릴없이 교정 어슬렁거린다. 졸업식장엔 안 들어가냐는, 상 받을 게 없냐는 아직도 우등생.. 사랑채(무아방) 2010.03.15
[스크랩] 물집 물집 폭염 뚫고 생각없는 산인 하나 산을 갔다가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제 육신을 배반하고 나선 무리들의 헛된 망집(妄執)인가. 넘어야 할 길 아득하고 어둠은 고개 너머까지 쳐들어 왔는데 어쩌자고 요 되바라진 것들이 안으로 빗장 걸고 아무도 몰래 슬픔을 싸질렀는지 모르겠다. 저희들끼리 소.. 사랑채(무아방) 2010.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