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채(무아방)

[스크랩] 산행, 내려가는

무아. 2010. 3. 15. 13:49
 

 

산행, 내려가는






배배 꼬인 새끼줄

찌그러진 맥주캔 같은 것 싸짊어지고

그 사내 반야봉 오른다.

山 너머 山 山

어디다 배낭 풀어 마음 버려야 할까

이러고도 안락한 세 끼의 밥 노래할 수 있을까

맘 같지 않은 세월 찢긴 문풍지로 서서

푸부부부 바람결에 운다, 웃는다.

한때 불이었던 그 사내 산맥 버티지 못한다

이제는 아주 놓아버리는 거다 불온했던 생애

나목이여, 일렬횡대로 도열해 짝짝 손뼉 쳐주렴.

순간, 칼바람 전속력으로 달려와 뺨 때린다, 개자식!

거봐! 나목들 저희끼리 알몸 부벼 깔깔댄다.

발 아래는 까마득한 뱀사골

무연히 마음속 흐르는 계곡 찾아 귀기울인다

같이 세상 내려가자고 길 나선 물소리들

타일러준다 조잘조잘조잘

잠시 山이었던 그 사내 물이

된다, 山

내려간다.







 


출처 : 무아생각
글쓴이 : 무아 원글보기
메모 :

'사랑채(무아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아름다움에 대하여  (0) 2010.03.15
[스크랩] 감꽃이 핀다  (0) 2010.03.15
[스크랩] 풍경  (0) 2010.03.15
[스크랩] 턱걸이 졸업  (0) 2010.03.15
[스크랩] 물집  (0) 2010.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