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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눈물의 30원 사건

무아. 2010. 3. 13. 09:33

통장에 30만원이 입금돼야 하는데 30원이 입금되는 괴이한 일이 생겼다.

3만원도 아니고 달랑 30원이 전부다.

일명 '눈물의 30원 사건'의 내용이다.

이 사건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그저께, 여느 날처럼 달콤하게 낮잠을 자고 있는데

문제의 그 어머니한테 핸드폰 문자가 온다.

지금 수업료 보냈다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러려니 생각하고 잠결에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낸다.

그리고 오후 늦게 폰뱅킹으로 계좌이체할 일이 있어 잔액 조회를 하니

이상하게 잔액이 이전과 똑같은 거다.

귀신 곡할 노릇이네?

전화로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니

ARS 기계음의 여자가 30만원이라고 씨부리는 건지 

30원이라고 씨부리는 건지 또 사람 헷갈리게 한다.

'잘못 들은 거겠지. 이러다 애먼 사람 잡을라?'

신중을 기하기로 하고 은행까지 달려가 통장정리를 하고 나서야

정말 30원을 보냈다는 기막힌 사실을 깨닫는다.

실소가 터져나온다.

요새 인터넷 용어로 오나전 대략난감(완전 난처)이다.

폰뱅킹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만원 단위로 별표를 누르지 않고 샵 버튼을 눌렀던가 보다.

그래도 그렇지 ARS가 이체할 금액도 재차 확인시키고

이체 이후에도 잔액을 알려주므로 실수할 일은 거의 드물다.

'어디 정신을 딴 데 홀렸나?'

그러니까 30원을 송금하기 위해 수수료 500원을 쓴 셈이다.

17배의 수수료를 물었으니 눈물의 30원이 아닐 수 없다.

'쯧, 어떡한다?'

여차여차 하다고 자초지종을 말하자니

저쪽에서 미안해 할까봐 마땅히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고

말 않고 있자니 가만 앉아서 손해볼 것 같아 벙어리 냉가슴이다.

'내가 너무 속물 같나?'

상대방보다 내가 더 민망할 건 또 뭐람?

전화로 직접 말하긴 낯뜨거울 것 같아 문자를 보내기로 결정하고

어떤 내용으로 보낼까 나름대로 잔머리를 뱅뱅 굴려본다.

"30만원이 아니라 30원을 보냈어요. 확인 부탁합니다."

"돈을 잘못 부치셨네요. 확인 바랍니다."

"어머니, 수업료를 잘못 보내신 것 같아요. ㅎㅎ 저도 이런 경험 있습니다. 오늘 날씨 참 덥죠?"

소심한 평택남, 결국 제 3안을 택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한 학부모의 어이없는 해프닝 때문에 한바탕 웃는 하루였다.

 

 

(우리 준서 네 살 때)

 

준서 왈 - "30원을 보냈다구요? 깔깔깔..."

 

출처 : 무아생각
글쓴이 : 무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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