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인 삶이란 게 있는 것인가?
한때 완강히 부정하고 배타시했던 삶을
어느덧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나를 보면 불쑥 그런 생각이 든다.
보편적이라니?
사람이 나서 색깔도 없이 흥이야 홍이야 하는 것 같아
싫어했던 말 중의 하나다.
딱히 모난 돌처럼 정 맞으며 뾰족하게 살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타고난 두루뭉수리과는 아니었는지
삶이 황폐하고 부조리하다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팔딱팔딱 뛰는 시대정신을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 치던 때가 있었다.
그 예리한 시선을 내가 언제 스스로 거두어 들인 것일까.
스스로 생각해도 날이 많이 무디어졌음을 느낀다.
마흔줄 들면 인생이 재상영관 같다고 하더니
그닥 새로울 것 없는 평범한 삶, 그 아름다움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결혼을 않겠다는 사람들도 결혼을 하고
아기를 안갖겠다는 사람들도 아기를 낳는다.
돈을 거부했던 사람들도 돈을 수용하고
권세를 증오하던 사람들도 권세를 소망한다.
조금씩 돌고 돌아 결국 평균치의 길을 택하는 것이다.
하긴 보편적인 가치를 거스르며 살기란 힘겨운 일이다.
튀어 봐야 다 공통분모 안에 있다.
얼마나 곧바로 가느냐 돌아가느냐,
빨리 가느냐 느리게 가느냐 그 차이였을 뿐이다.
다만 양심을 저버리지 않고 사람답게 살았느냐가 문제겠지.
양심 따위는 개에게나 줘버리라고 훈수했던 사람도 여럿 겪어봤는데
참 벌레처럼 경멸하고는 했다.
그런데 정작 어떤 게 양심이었는지 지금은 그것마저 헷갈린다.
나도 결국 돌고 돌아 거기로 오지 않았는가.
남의 목장 울타리 안의 풀밭이 더 짙어 보여도 다 오십보 백보다.
어느 집에나 똑같은 밥을 먹고 배설을 하고
똑같이 식구들과 지지고 볶고
근심 한두 개쯤 넉넉히 가슴에 키우며 산다.
때로는 용서가 안될 것 같은 일도 용서하며 살아간다.
보편적인 삶에 정착하는 과정이 관용과 지혜를 터득하는 길인지
아니면 무사태평과 안일을 추구하는 것인지 나는 모른다.
그것을 판단하기에 아직 내 사유는 턱없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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