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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무아. 2010. 3. 13. 09:31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책이 있습니다.
사람 개개인이 도덕적인 성향을 가지고 도덕적으로 살고자 해도
집단이 되면 그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인 성향을 보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방끈이 짧아 이 책을 온전히 이해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요즘 우리 동호회를 보며 미치는 생각이 바로 이것입니다.
모두가 입만 열면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공동체 운운하지만
결국 제 잇속 채우기에 급급한 게 아닌가 의문이 듭니다.
여러분, 사람좋은 얼굴로 애써 표정관리를 한 채
정작 탐욕의 진심은 음흉하게 숨기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103동 201호 입주예정자입니다.
그 옆에 우림필유에서 가장 높은 축대가 성처럼 정점(3층 높이)을 이루고 있습니다.
조망권과 일조권 침해로 한때 입주를 망설일 정도로 갈등이 많았습니다.
아직 현장 갈 때마다 가슴이 막막합니다. 우림에 철저히 능멸당한 기분 아시는지요?
눈뜬 봉사가 된 기분입니다.
축대 건은 입주예정자들이 한때 공유했던 문제인 것은 분명하나
모든 세대의 이해요구가 아니므로 내 목청만 높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가 직접 나서서 힘을 보태지 않고
팔짱 낀 채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간 대표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많은 부분이 개선된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은 아마 상식일 것입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집단은 위험합니다.
상식으로 판단했을 때 도리에 어긋나는 것은
설령 정당한 이해가 걸린 사안이라 하더라도 남용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저는 공자도 아니고 맹자도 아닙니다.
소위 그런 현자들, 제가 싫어하는 고리타분한 부류입니다.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상식 선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비판했으면 합니다.
더군다나 개별세대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을진대
자신의 요구를 내세우고 관철되지 않았다고 아우성치는 것은
우리가 뽑은 대표회에 대한 일종의 횡포인 것 같군요.
 
임원들은 수퍼맨이 아닙니다.
요구만 하면 무엇이든 척척 해결해주는 해결사도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가 고용해서 월급을 주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들도 생업이 있을 테고 소중한 가정이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간과해서 안될 건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사소한 말 한 마디에 마음이 무너져내리고
한순간 의욕이 상실되는 것은 다들 바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허구헌날 상처를 주고 할퀴어서야 누가 감히 뒷감당이 무서워 일할 수 있겠습니까?
임원들을 두둔한다고 혹시 너 걔들한테 돈 받아챙긴 거 아니냐, 욕할 분이 있을까 봐 걱정입니다.
우리가 분노하고 지탄해야 할 곳은 건설사(시행사, 시공사)이지 임원들이 아닙니다.
그들이 뒷짐만 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거기다 화풀이 한답니까?
맨처음 도시가스 건으로 뭔가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었던 딱한 심정 생각해 보세요.
누군가 나 대신 뛰어줬으면 하는 열렬한 바램.
그들이 지금 자원해서 뛰고 있지 않습니까?
 
무조건 요구만 하지 말고 나서서 도와줍시다.
나서서 도와주지 못하면 저처럼 뒤에서 힘껏 박수쳐 주자구요.
박수쳐 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우림필유의 미래가 밝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대표회를 함부로 욕하거나 폄하하지 맙시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의제기를 하고 얼굴 붉히는 일 없도록 합시다.
모두가 이웃입니다.
 
최영수 회장님 힘내세요.
 
2006.5.18. 칠괴동 우림필유에 올린 글 
출처 : 무아생각
글쓴이 : 무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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