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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무아, 병원에 가다

무아. 2010. 3. 13. 09:22
오늘 학원에서
맨날 지지고 볶는 아이들에게
너희들 돌대가리 땜에 내가 왼쪽 가슴이 아프다고 했더니
지지리도 공부 안하는 한 꼴통 녀석,
그 대답이 참 걸작입니다,
"샘, 혹시 유방암 걸린 거 아녜요?" 한다.
후후.

배꼽 잡고 한바탕 웃고 나니
가슴이... 가슴이... 가슴이...
더없이 후련합니다.
'꼭 공부 안하는 것들이 조디도 싸가지 없다니깐!...'
헐헐헐.


어제 굿모닝이라는 종합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습니다.
평택에 있는 병원인데
누가 지었는지 이름 한번 근사하죠?
음 굿모닝이라....
굿모닝? 굶었니?
어째 조선말과 발음이 비스무리합니다요.

사실 병원문 들어서기 전까지
온갖 몹쓸 병을 다 상상하고 갔습죠.
파니의 주장처럼 협심증?
부정맥?
혹은 심근경색이나 늑막염, 심장병...?

아 씨발 삶은 생각보다 폭력적이구나....
이건 정말 부당하다...
이런 가혹한 형벌은 내게 억울하다....하면서.


각설하고,

의사가 가슴에 청진기를 대보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부정맥으로 의심된다고 합니다.
이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입니까?
일순간 하늘이 무너지더군요.
눈 앞이 캄캄했습니다.
쿵닥쿵닥쿵닥쿵닥....
아뿔싸, 인간 임영보 여기서 종치는구나.
내 인생 쪽났네.
오 주여!
나무관세음!
한데.....
정작 심전도 검사와 X-ray촬영을 끝낸 후에
정상 판정을 받았습니다.
뭐 별 거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냥 담 일종일 뿐이라고.
담은 원래 과로와 스트레스하고 친한 놈이라고...
5일치 복용약을 챙겨 후닥닥 뛰쳐나왔습니다.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휘파람 불며 노래도 한 곡조 때림시롱.
요새 그 노래 참 좋더군요.
나얼의 '귀로'.
옛날에 박선준가 하는 여가수가 불렀는데...

근데 담이 '유방'에도 오나요?
우리 회장님은 빠싹하게 알려나?
등짝에 오는 경우는 봤어도... 원. 후후.
어쨌거나 이번 일은
침 세 번 뱉고 묻기로 했습니다.
거 말이죠, 그동안 건강 같은 거
사치같아 일부러 잊고살자 했는데,
제 몸뚱아리 멀쩡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새삼 자글자글한 행복을 느끼니
이 무슨 변덕입니까?
걱정해준 우리 산악회 식구들께 감사를...
저를 잊을까 봐 어김없이 나를 한번 갈아엎는
요 건방진 담 녀석에게도 감사를...


담, 너는 죽었다.





출처 : 겨레사랑산악회(since1992)
글쓴이 : 무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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