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비와 운무에 가려 계곡은 더 신비롭고 몽환적이다.
뭐랄까 신령스럽고 영험하기도 한...
이곳에서 보는 산터골 상류의 바위절벽이 압권이다.
언젠가 용소골을 타고 내려올 때 양쪽으로 펼쳐지던 바위들이 생각난다.
지리산 계곡 그 어디에도 느껴보지 못했던 험준함.
그리고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듯한 원시 비경,
아 나는 지금 그 속에 있노라.
계곡은 운무로 자욱하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이곳에도 누군가 나무사다리를 걸쳐 놓았다.
나더러 자꾸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라고 유혹한다.
정말 첩첩산중 심산유곡이다.
계곡 위로 암봉이 수려한 병풍을 펼쳐놓는다.
압도적인 규모에 주눅들 것 같다.
저기 어디쯤에 무릉도원으로 통하는 문이 있으려나....
폭포는 굉음을 지르며 흘러내린다.
이곳에 한번 와본 것 같은 데자뷰가 생긴다.
나는 무섭지 않다 무섭지 않다... 주문을 건다.
산터골에서 가장 통과하기 어려운 몇 구간을 지나고 있다.
이곳을 지나면 거짓말처럼 계곡이 갑자기 완만해지고 수월해진다.
인증샷을 하나 남겨본다.
몰골은 썩 나쁘지 않고 아직은 여유가 있다.
원래 계획은 버릿골의 백미 버릿소까지 보고 하산하는 거였지만
아직 길을 잘못 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다.
산터골 상류
산터골 상류부터는 사람이 다닌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고대하던 버릿소가 나오지 않기에 이쯤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다시 저 사나운 물길을 뚫고 하산하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일단 희미한 길을 타고 능선으로 올라 덕풍계곡 쪽으로 하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한데 트랭글은 계속 에러가 나고 산정엔 짙은 운무로 방향을 종잡을 수 없다.
능선상에서 길을 하나 만나는데 덕풍계곡으로 떨어지는 길로 생각하고 신나게 타고 내려온다.
결국은 덕풍계곡이 아니라 사곡리 재량밭골로 가는 길이다.
되돌리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다.
이 시간 이후 걷기에 바빠 사진 기록이 없다.
계곡길이 어찌나 길고 험한지 이러다 산에서 죽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일단 계곡따라 하산해서 마을에서 도움 구하기로 작정하고 산에서 뛰고 또 뛴다.
남의 산악회 와서 민폐 끼치는 행위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천신만고 끝에 하산을 했으나 재량밭골 아래 사곡리다.
마을주민의 차량을 얻어 타고 덕풍계곡 주차장에 도착하니 15:00경이다.
30여분 지각했지만 아직 뒤풀이가 진행 중이라
다행히 민폐없이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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