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찍는사진관1

[스크랩] 금북정맥(칠장산-칠현산-덕주봉-서운산)

무아. 2015. 10. 1. 10:45

칠장산-칠현산-덕주봉-서운산

 

 

 

 

 

 

산행일자: 2015.9.28(월)

 

 

코스: 삼죽면사무소-죽산 만남의 광장-도덕산-칠장산-칠현산-덕성산-옥정재

-고라니봉-배티고개(이티재)-덕주봉-서운산-청룡사(32.56km)

 

 

누구랑: 홀로아리랑

 

 

날씨: 구름많음 / 17-28도

 

 

추석 연휴라 먼 데는 갈 수 없고 평소 틈나면 가봐야지 하던 곳으로 차를 몬다.

사실 가고 싶은 산행지 물망엔 올라 있지만 늘상 2순위로 밀리던 곳이다.

금북정맥 1구간의 기점, 코스를 조금 길게 잡고자 삼죽면사무소에 주차한다.

원점회귀가 아니므로 하산 후 차량 픽업을 염두에 둬야 하지만 일단 확~ 질러보는 거다.

들머리를 못 찾아 무대뽀로 치고 올라가서 능선상에 닿는다.

금북정맥 등로를 찾아 겨우 20여분 진행했을까,

38국도와 만나는 '죽산 만남의 광장' 절개지로 뚝 떨어진다.

38국도엔 중앙분리대가 떡하니 정맥길을 가로막고 있다.

여기도 38선이다ㅎㅎ

길 건너기가 난감해서 왔다리 갔다리 서성이고 있는데

뇌에서 퍼뜩 위법행위를 지시한다.

"중앙분리대 밑을 기어서 통과하라!"

차량이 폭풍처럼 내달리고 있는 터라 재수없으면 납작만두같이 비명횡사하기 십상이다.

중앙분리대 밑을 잽싸게 기어 건너다가 배낭 옆에 꽂아둔 피같은 콜라 한 병을 떨군다.

(이 사실을 나중에야 알고 얼마나 아까웠는지... 장거리 산행엔 콜라가 필수다. 한 병 마시면 5km는 거뜬하다.)

칠장산-칠현산 구간과 서운산은 이미 다녀왔지만 연계를 해본 적은 없다.

덕성산에서 옥정고개까지는 등로에 잡목이 우거져 속도를 낼 수 없고,

한창 독오른 뱀이 혀를 날름거릴까봐 땅바닥을 주시하고 걷는다.

고라니 한 마리가 행색이 수상한 산꾼을 멀뚱멀뚱 보고 섰다가

뒤늦게 사태파악을 했는지 걸음아 날 살려라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는다.

쨔샤, 너만 심쿵했냐? 나도 심쿵했다~

아무래도 이 구간은 별로 재미없다.

볼거리도 없고, 시야도 안 열리고, 몸부림치는 고독만이 친구일 뿐이다.

알바를 할 수 있는 구간이 두어 군데 있는데 트랭글을 보고 용케 모면한다.

휴대폰에서 밥 달라고 경고음을 낸다.

아뿔사, 배터리 여분을 거실에 챙겨놓고 그냥 와버렸군...

뭘 자꾸 깜빡깜빡하는 건 건망증인지 노화인지 영 달갑지 않다.

얘들과 친구 하고 싶지 않는데 자꾸 친구 하자고 앵긴다.

무엇보다 트랭글 땜에 걱정이다.

옥정고개까지 와서 커피 부스에 충전을 부탁했더니 하필 충전용 케이블이 없다나... 에구~

옥정고개 지나면서부터 길이 한층 뚜렷하고 숲이 잘 조성되어 있다.

못 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은 맞는 듯 안 맞는 듯하다.

고라니봉과 덕주봉 지나 서운산에 이르는 코스는 생각 외로 일품이다.

육산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고즈넉하고 적요한 육산의 진수를 살짝 느낄 수 있다.

서운산만 타본 분이 있다면 옥정고개-서운산 코스를 권하고 싶다.

서운산 정상 못 미쳐 휴대폰 트랭글 배터리가 10% 남았다고 요란하게 경고음을 낸다.

서운산 정상에서 인증샷을 남기려 했으나 배터리 부족으로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나는야 사진이라면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쪽인데 쩝~ 아쉽게 됐구만...

많이 찍다 보면 실수로 가끔 걸작도 탄생하는데 오늘은 꿈을 접어야겠다ㅎㅎ

은적암에서 갈증을 해소하고 청룡사까지 하산...

거짓말처럼 배터리 1% 남은 트랭글 전원을 끄고 산행을 마무리한다.

청룡사 경내 화장실에서 간단 샤워를 하고 16:30 시내버스에 승차한다.

안성종합터미널에서 휴대폰 배터리 충전 후 730번으로 환승하고

삼죽면사무소에서 차량을 픽업하여 무사 귀가한다.

 

나는 오늘도 산이 되고자 했지만 산이 되지 못했다.

산에 가면 절로 산이 되는 줄 알지만

몸은 산에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지지고 볶는 삶의 한복판에 가 있다.

산이 되고 싶다.

아니 산을 닮고 싶다.

산처럼 묵묵히 누군가의 배경이 되고, 누군가의 상처를 깊이 품어주고,

누군가의 허물을 가만히 덮어주고 싶다.

그러면서 나는 혼자 웃는다.

이율배반적이며 모순적인 것은 저 탐욕의 세상만이 아니다.

저혼자도 온전히 다스리지 못하는 내가 그렇다.

 

 

 

 

 

천년의 바람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시인 박재삼

 

 

 

 

 

출처 : 송목산악회
글쓴이 : 무아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