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만식계 종주 보문산-만인산-식장산-계족산
‘보만식계’란 대전광역시 주위를 감싸고 있는 보문산(457.6m)~만인산(537.1m)~식장산(598m)~계족산(423m)의 앞머리 글자를 따서 부르는 종주 코스다. 산악인들이 편의상 사용하는 명칭으로, 무박 2일로 60km를 산행하는 대장정이다. 종주산행 동안 고도 160~590m 사이를 오르내리면서 크고 작은 봉우리 150여 개를 넘는다. 때문에 그 어떤 산행보다 힘이 들고 체력 소모가 심하다. 또한 산행 시간이 길어 그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보만식계 종주는 빨리 걸어도 20시간 이상이 소요된다.('월간 산')
◆ 산행일자: 2015.10.6(화)
◆ 코스: 대전둘레산길 12구간 중 보만식계 종주는 1~5구간(55km)
1구간 : 보문산 청년광장 - 보문산 시루봉- 오도산 - 금동고개 까지의 9.3km 2구간 : 금동고개 - 떡갈봉 -먹치고개 - 만인산 - 태조태실 - 만인산휴게소 까지의 13.1km 3구간 : 만인산 휴게소 - 정기봉 -머들령 - 국사봉 - 닭재 - 덕산마을 까지의 12.5km 4구간 : 덕산마을 - 닭재 - 망덕봉 - 식장산 - 세천유원지 - 동신고교 까지의 13.6km 5구간 : 동신고교 - 비룡동 졸골장승 - 갈현성 - 능성 - 칠현성 - 절고개 - 계족산 - 용화사 주차장까지의 11km
◆ 누구랑: 홀로아리랑
◆ 날씨: 맑음 / 11-26도
▶장거리산행에 관심을 갖기 전 ‘보만식계’를 처음 들었을 때 무슨 음식업계 계모임인 줄 알았다ㅎㅎ 이렇게 골때리고 사람 잡는 대전의 유명한 종주코스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월간 산’에는 150여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것으로 나와 있으나 헤아려 보지 않았으니 잘 모르겠고, 스쳐 지나는 작은 봉우리까지 다 합하면 과장은 아닐 듯하다. 이번 주말로 다가오는 설악태극종주 연습도 할 겸 우선 가까운 곳을 물색하다 보니 이 곳으로 가게 되었다. 집에서 04:00경에 출발하여 목적지 도착 후 잠깐 쪽잠을 자고 06:20에 보문산 산행을 시작하여 22:00 못 미쳐 계족산 산행을 마쳤다. 만만치 않은 거리야 하나도 에누리가 없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야트막한 고도의 육산이라 사실 얕잡아 봤고 그래서 준비가 안일했던 것 같다. 식수가 부족해 식장산 구간을 오르면서 여러번 중탈을 고민하였다. 보만식계는 특성상 일단 대장정을 시작하면 3/4 지점인 계족산 오르기 전을 제외하곤 물을 구할 곳이 없다. (계족산은 식장산에서 완전히 하산하여 다시 오르므로 세천유원지에서 구입 가능) 가기 전 포스팅한 자료에는 추부터널과 닭재에서 물을 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지만 추부터널은 능선상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상까지 하산하여 다시 올라야 해서 시도하다가 포기했고, 마지막 보루로 닭재를 기대했으나 가다 보니 어디가 닭재인지를 몰라 그냥 통과하였다. (물론 닭재에서도 인근 마을까지 하산했다가 다시 올라야 함) 지나는 노인분에게 물을 반 병 구했으나 턱없이 부족해서 식장산 오를 무렵부터 갈증이 극심해 탈진증세를 보였다. 평일이라 그런지 ‘보만식계’ 전 구간에서 채 10여명도 만나지 못했는데 식장산 구간부턴 물을 구걸할 사람마저 없었다. 식장산은 해거름에 도착한 탓이고, 계족산은 물 걱정은 없었으나 시종 야간산행인지라 사람의 그림자를 밟지 못했다. 식장산에서 접고 하산할까 궁리하다가 정상 아래 전망대 매점에서 물을 구했다. 시간상 가게는 철수했고, 음식 만드느라 준비해 둔 듯한 물통의 물로 염치없이 갈증을 해결하고 식수를 보충했다. 계족산까지 갈 수 있게 힘을 준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주인 허락 없이 훔쳐 먹었지만 이 기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보만식계는 만인산을 빼고는 대전을 대표하는 산들답게 잘 가꿔져 있다. 수려한 면면이 없는 육산이나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잘 조성된 느낌이다. ‘대전둘레산길’이라는 이정표가 요소요소에 잘 설치되어 있어 이 표식만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다만 식장산에서 계족산을 연계하려면 완전히 바닥까지 떨어져 1.5km 정도 도로를 따라 도보해야 하는데 길을 잃기 십상이다. 종주 구간의 유일한 흠이다. 보만식계는 의외로 오르내림이 심했다. 물은 없고 체력은 방전되고 군데군데 설치된 나무벤치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거나 쉬기도 했다. 자만하면 안 되겠다는 깨달음을 준 산행이기도 했다. 자만하면 안 되는 일이 비단 산뿐이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내 자신이 대견해서 점수를 매긴다면 70점 정도 주고 싶다.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 '남겨진 가을' 전문(시인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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