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의자

[스크랩] 오십견 / 김재진

무아. 2010. 3. 16. 14:50

 

오십견 - 김재진 나는 오십견이 쉰 살 된 개인 줄 알았다 오십에도 사랑을 하고 오십에도 눈물이 있는지 비릿한 나이에는 알지 못했다 오십에 기르게 된 어깨 위의 개들을 풀어놓아 먹이려고 침을 맞는다 어깨에 꽂힌 이 바늘은 우주와 교신하는 안테나다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피뢰침을 세워놓고 웅크린 채 앉아 있는 이 짐승은 못돼먹은 성깔에 내린 벼락일지 모른다 벼락 치듯 가버린 친구 한, 둘 늘어나는 쉰 살 된 몸 안에 개들이 살고 부글거리는 속 지그시 눌러 앉히고 양념 센 국 그릇에 소 떼가 산다 오십에도 그리워할 것이 있고 오십의 하늘에도 별이 돋는지 들끓는 나이에는 알지 못했다

출처 :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
글쓴이 : 들바람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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