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 내 사는 마을 쪽에
쥐똥 같은 불빛 멀리 가물거리거든
사랑이여 이 밤에도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 내 마음인 줄 알아라
우리가 세상 어느 모퉁이에서
헤어져 남남으로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듯
서로 다른 길이 되어 가더라도
어둠은 또 이불이 되어 우리를 덮고 슬픔도 가려 주리라
- 그대 진정 나를 사랑하거든
사랑했었다는 그 말은 하지 말라
그대가 뜨락에 혼자 서 있더라도
등 뒤로 지는 잎들을 내게 보여 주지는 말고
잠들지 못하는 밤 그대의 외딴 집 창문 덜컹댄다 해도
행여 내가 바람되어 두드리는 소리로 여기지 말라
- 모든 것을 내주고도 알 수 없는 그윽한 기쁨에
- 돌아앉아 몸을 떠는 것이 사랑이라지만
이제 이 세상을 나누어 껴안고 우리는 괴로워하리라
내 마지막 편지가
쓸쓸하게 그대 손에 닿거든
사랑이여 부디 울지 마라
길 잃은 아이처럼 서 있지 말고 그대가 길이 되어 가거라
- -안도현
출처 : 무아생각
글쓴이 : 무아 원글보기
메모 :
'생각하는 의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오십견 / 김재진 (0) | 2010.03.16 |
---|---|
[스크랩] 나의 서역- 김경미 (0) | 2010.03.16 |
[스크랩] 기다림 (0) | 2010.03.16 |
[스크랩] 홍시의 고집 (0) | 2010.03.16 |
[스크랩] 중심이라고 믿었던 게 어느날 (0) | 2010.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