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의자

[스크랩] 마지막 편지

무아. 2010. 3. 16. 14:49

         마지막 편지

 

 

 

      내 사는 마을 쪽에
      쥐똥 같은 불빛 멀리 가물거리거든
      사랑이여 이 밤에도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내 마음인 줄 알아라
      우리가 세상 어느 모퉁이에서
      헤어져 남남으로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듯
      서로 다른 길이 되어 가더라도
      어둠은 또 이불이 되어 우리를 덮고 슬픔도 가려 주리라
      그대 진정 나를 사랑하거든
      사랑했었다는 그 말은 하지 말라
      그대가 뜨락에 혼자 서 있더라도
      등 뒤로 지는 잎들을 내게 보여 주지는 말고
      잠들지 못하는 밤 그대의 외딴 집 창문 덜컹댄다 해도
      행여 내가 바람되어 두드리는 소리로 여기지 말라
        모든 것을 내주고도 알 수 없는 그윽한 기쁨에
        돌아앉아 몸을 떠는 것이 사랑이라지만
        이제 이 세상을 나누어 껴안고 우리는 괴로워하리라
        내 마지막 편지가
        쓸쓸하게 그대 손에 닿거든
        사랑이여 부디 울지 마라
        길 잃은 아이처럼 서 있지 말고 그대가 길이 되어 가거라
           -안도현
        출처 : 무아생각
        글쓴이 : 무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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