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에서 받은 암 검사 결과가 나왔다.
휴, 일단은 안심이다. 기분 gooooood 하고 cooooool 하다.
5개 항목(간, 위, 대장, 췌장, 전립선)인데 모두 음성 판정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좋은 건지 알 수 없지만 수치도 낮다.
정상 판정 받아야 고작 본전치레인 것을 나는 왜 호들갑인지?
뒷골이 자주 당기고 이유없이 피곤해서 건강의 적신호로 의심하던 차였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암으로 운명을 달리하는 사람이 많아 영 남의 일 같지 않다.
건강검진은 한 5년 전부터 해마다 받고 있으나 5대 암 검사는 추가항목이라 죽 미뤄왔다.
검진철마다 몰려드는 인파 때문에 줄서서 기다리는 절차가 귀찮기도 하거니와
사람 놀래키는 일이 하도 많은 세상이라 서둘러 뚜껑 열기가 두려운 것이다.
삶의 확률은 반드시 다수의 통계이거나 공통 상식의 범위 안에 놓여 있지는 않다.
어쨌든 암에 자유로울 수 없는 나이가 된 것이 못내 씁쓸했지만
그동안 미뤄온 숙제를 끝낸 기분이어서 홀가분하다.
평소 장이 약해 대장 내시경을 찍어볼까 했으나 문의해 본즉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한다.
여지껏 가늘고 길게 살겠다는 꿈은 추호도 꾼 적 없지만
그닥 굵지 않더라도 길게 사는 방법이 있다면 궁리하고 싶다.
구차한 변명 같지만 저 혼잘 위해서가 아니다.
속절없는, 기약없는, 허망한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앞날이 불확실한 것보다 불안한 건 없다.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내가 뿌린 피와 살이 있다는 것이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아이들의 우산이 되어주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넉넉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다.
커갈수록 생김새며 더러운 성질머리까지 닮아가는 아이 둘 보며 건강해야겠다 다짐한다.
어쩌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모든 아빠들의 꿈일지 모른다.
우리 아버지도 줄줄이 알사탕 같은 우리 6남매를 보며 이 꿈을 가졌을까?
오래 전 세상을 등진 아버지가 원망스러운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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