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고
새가 심장을 물고 날아갔어
창 밖은 고요해
그래도 나는 식탁에 앉아 있어
접시를 앞에 두고
거기 놓인 사과를 베어 물었지
사과는 조금 전까지 붉게 두근거렸어
사과는 접시의 심장이었을까
사과 씨는 사과의 심장이었을까
둘레를 가진 것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담겼다 비워지지
심장을 잃어버린 것들의 박동을
너는 들어본 적 있니?
둘레로 퍼지는 침묵의 빛,
사과를 잃어버리고도
접시가 아직 깨지지 않은 것처럼
나는 식탁에 앉아 있어
식탁과 접시는 말없이 둥글고
창밖은 고요해
괄호처럼 입을 벌리는 빈 접시,
새는 날아가고
나는 다른 심장들을 훔치고
둘레를 가진 것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그렇게 만났다 헤어지지
-나희덕
출처 : 무아생각
글쓴이 : 무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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