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의자

[스크랩] 저수지는 웃는다

무아. 2010. 3. 16. 15:00

저수지는 웃는다

 

 

 

- 유홍준

 

저수지에 간다

밤이 되면 붕어가 주둥이로

보름달을 툭 툭 밀며 노는 저수지에 간다


요즈음의 내 낙은

홀로

저수지 둑에 오래 앉아있는 것


아무 돌멩이나 하나 주워 멀리 던져보는 것


돌을 던져도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하는 저수지의 웃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긴 한숨을 내뱉어 보는 것이다


알겠다 저수지는

돌을 던져 괴롭혀도 웃는다 일평생 물로 웃기만 한다


생전에 후련하게 터지기는 글러먹은 둑, 내 가슴팍도 웃는다



<시와사람> 2006년 여름

 

 


출처 : 무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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