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는 웃는다
- 유홍준
저수지에 간다
밤이 되면 붕어가 주둥이로
보름달을 툭 툭 밀며 노는 저수지에 간다
요즈음의 내 낙은
홀로
저수지 둑에 오래 앉아있는 것
아무 돌멩이나 하나 주워 멀리 던져보는 것
돌을 던져도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하는 저수지의 웃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긴 한숨을 내뱉어 보는 것이다
알겠다 저수지는
돌을 던져 괴롭혀도 웃는다 일평생 물로 웃기만 한다
생전에 후련하게 터지기는 글러먹은 둑, 내 가슴팍도 웃는다
<시와사람> 2006년 여름

출처 : 무아생각
글쓴이 : 무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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