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a Hopper 그림
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분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 살박이가 뛰어내려 안기는 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 하나 내게로 걸어올 것만 같다.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젊어서 우리는 서로의 삶을 맞바꾼 듯 마주보겠지.
기다림 하나로도 깜박 지나버린 生, 내가 늘 기다렸던 이 자리에
그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쯤 너무 멀리 나가버린 그의 썰물을 향해 떨어지는 꽃잎,
또는 지나치는 버스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나는 내 기다림을 완성하겠지.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
오분간/나희덕
Sonnet Of Fountain - Yuhki kuramoto
"음악은 제가 만들었지만 저의 음악을 듣고 펜들이 감동 한다면
그 음악은 이미 펜들의 것이예요"
-Yuhki kuram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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