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의자

[스크랩] 탈상

무아. 2010. 3. 16. 14:58

 

 

내일은 탈상

오늘은 고추모를 옮긴다.

 

홀아비 꽃대 우거진 산기슭에서

바람이 내려와

어린 모를 흔들 때

 

막 옮기기 끝낸 고추밭에

편편이 몸을 누인 슬픔이

아랫도리 서로 묶으며

고추모 사이로 쓰러진다.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남녘땅 고추밭

햇빛에 몸을 말릴 적

 

떠난 사람 자리가 썩는다

붉은 고추가 익는다

 

-허수경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실천문학사.2007.

출처 : 무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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