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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세 치 혀

무아. 2010. 3. 13. 09:32

 

세 치 혀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말이 사람에게 복이 되기도 하고 치명적인 화가 되기도 한다는 말씀이다.

말 한 마디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만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도 있다.

옛 말에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다 했다.

 

 

어제 우리 아파트 단지에 

입주시 채권 할인율을 속여 차액을 챙긴 법무사가

입주자회의에 끌려와 해명하는 소동이 있었다.

한데 정작 책임이 있는 법무사는 오지 않고(쇼크로 병원에 입원중이래나) 

대신 온 사무장(법무사 친동생)이라는 여자는

지금 몸이 안좋네 어쩌네 포석을 깔고

자기네가 손해 보고 돈을 돌려주기로 결정했니 어쩌니 하다가

입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한참 언성을 높이고 왈가왈부 했는데 멱살 잡히기 직전까지 갔다.

머리 안뜯긴 게 다행이었다.

역시 세 치 혀가 문제였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데

잘못이 있다면 깨끗이 시인하고 사과하는 분위기로 일관했어야 했다.

오히려 해명한다는 게 주민들의 분노만 더 자극하는 꼴이 되었다.

한 마디로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을 우롱한 처사였다.

애당초 눈 먼 돈쯤은 슬쩍 하겠다는 거였겠지만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위라는 걸 몰랐던 것 같다.

결국은 차액을 환불해 주기로 결론이 나긴 했다.

 

 

나는 가끔 내 속에 악마가 살고 있다고 생각들 때가 있다.

무슨 일로 한없이 속이 뒤틀려 있을 때다.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꾹 눌러 참고 참다가

급기야 꼭지가 돌면 이러면 안되지 싶으면서도 간단히 선을 넘고 만다.

세 치 혀의 잔혹함이 발동하는 것이다.

어디에 그런 야수 근성의 용맹무쌍함이 숨어 있었는지

뼈 있는 말들이 툭툭 튀어 나온다.

내가 아팠으니 너도 그만큼 아파봐라...

내가 힘들었으니 너도 한번 당해봐라, 그런 심보다.

그러나 돌아서서 이내 화가 풀리고 나면

갚아주었다는 승리감은커녕

사람의 복장을 할퀸 생채기 때문에 후회가 앞선다.

괜한 짓을 했구나. 온종일 마음이 불편해진다. 좀 참을 걸...

이럴 때 기분 정말 처참하다.

세 치 혀로 완전히 망한 기분이다.

 

 

 

 

 

 

 

 



 

출처 : 무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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