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글

[스크랩] 잘 지냈죠?

무아. 2010. 3. 13. 09:12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는 고향 갔다가, 서울 처가에 갔다가
어제부터 출근하느라 한바탕 정신을 뺐습니다.
게다가 하필이면 같은 팀 영어선생님 중 한 분이
추석 때 귀경하다 추돌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여기저기 펑크난 수업 땜질하느라 더욱...

교통체증을 피하여 야밤도주하는 사람마냥
새벽에 오고가고 하느라 피로가 쌓이긴 했지만
앓던 이가 훌러덩 빠진 듯한 느낌이 들어 차라리 홀가분합니다.
고향길이 워낙 멀고, 장손이다 보니 명절 하나 쇠고 나면
꼭 무슨 거창한 통과의례를 치뤄낸 듯합니다.
저희 고향 함안은 이번에 매미가 휩쓸고 지나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답니다.
태풍이 북상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귀경길에 올라
우리는 태풍의 참화를 피할 수 있었지만
고향집 지붕은 유례없는 강풍에 몇 군데 날아가고
나락은 죄다 바닥에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려 영 맘이 편치 않네요.
일가친척들이 모두 함안 마산 창원 부산에 사는고로
그야말로 이번 매미는 우리 집안을 싹쓸이하고 지나간 꼴이 됐네요.
오히려 무사한 쪽은 멀리 떨어져 사는 우리뿐이라
다수가 다 누리고 사는 이런 평범한 안위도
천만다행이라 여기며 살아야 하는 현실이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하늘이 하는 일인데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불가항력 앞에 맞설 수는 없는 거죠.
다시금 느끼는 거지만
불행한 이웃에게 조금 더 신경쓰며 살아야겠습니다.












출처 : 겨레사랑산악회(since1992)
글쓴이 : 무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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