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능선과 20년만에 새롭게 개방된 흘림골을 지난 6월에 설악산을 2박 3일동안 다녀왔습니다. 자주가는 설악산이지만 이번에 개방된 흘림골에 대한 기대감이 컸습니다. 그 기대감에 어긋나지 않게 흘림골은 아직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계곡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 살아 숨쉬는 계곡을 영구히 보존할 방법이 없을까하고 지금도 고민중에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 있으시면 글을 올려 주시면 감사합니다.
오색-주전골-흘림골 산행기 *산행일자=20005년 6월 6일(현충일) *산행코스=오색-성국사-제2약수-선녀탕-금강문-주전골-12폭포-등선폭포-등선대-여심폭포-흘림골매표소 *산행시간=4시간(오색출발=10시 40분, 흘림골매표소 도착=오후 5시) *산행인원=외부인력 언니 내외분, 외부인력, 바람난 공자(4명) 설악산 산행 이틀째로 접어드는 날이다. 특별히 오늘 산행에는 외부인력의 형부와 언니께서 멀리 원주에서 산행에 동행을 하셨다.
오색주전골은 외설악의 천불동계곡,내설악의 가야동계곡과 함께 설악산 3대 단풍관광코스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또한
설악을 가기 위한 고개 중에서 가장 험하고, 가장 아름다운 한계령자락에 파묻혀 있는 계곡이다. 우리는
오색하면 약수터와 온천을 연상한다. 전설의 오색화는 관터마을에 보존되어 있는 복숭아나무로서 지금도 삼색을 띤다고 한다. 오색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다. 상가밀집지역을
지나는데 상점에서 호객행위가 장난이 아니다. 그 사이 벌써 남례는 상점에서 나눠준 조그만 물바가지를 손에 들고 있다. 상점에서 오색약수 떠 마시고 하산길에 자기 상점에 들르라고 하는 표식이다.
매표소를 지나 좌측 계곡 아래의 오색약수에는 물을 뜨기 위해 몇사람이 옹기종기 앉아 있다. 지금 오색약수는 거의 고갈이 되었는데 특유의 물맛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조만간 오색약수터는 관광명소에서 빠질지 모른다. 산행에 나서는 길에는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성국사에 들러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인다. 전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 앉는 것은 왜 그럴까? 약1km정도를 오르니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갔다는 선녀탕에 도착을 한다.
만물상과 병풍방위 등으로 에워싸여 있는 선녀탕의 주변경관이 일품이다. 주변의 경관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디카로 촬영을 한다.
잠시 후 주전골과 용소폭포의 갈림길이 나온다. 우리는 오늘 산행의 목적지인 흘림골을 가기 위해 주전골 코스로 접어든다.
얼마가자 않아 금강문에 들어선다. 이 문을 들어서면 주전골로 접어드는 것이다.
가을철의 단풍으로 유명한 주전골. 예전에 도적들이 이곳에서 사전(私錢)을 만들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예나 지금이나 가짜돈은 유행을 하는구나.
금강문을 지나 계곡을 따르다 식사를 하기로 한다. 라면에 누룽지를 끓여 식사를 하니 음식이 괜찮았나보다.
두분이 잘 잡수시니. 후식으로 커피까지 마시고 다시 산행에 나선다.
여기서부터는 산행에 나서는 분들이 없다. 대신 흘림골을 거쳐 오색으로 하산하는 등반객만을 만날 수 있다.
힘든 고빗사위 길도 가끔 나타난다. 그러나 두 분은 휴식도 없이 잘 오르신다.
그러기를 얼마 지났을까. 12폭포가 나타난다.
수량이 풍부하지 못하지만 아리다운 아가씨가 하얀 속살을 비치는 옷을 입고 있는 형상이다. 물이 많은 것보다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
여기서는 십이담계곡을 통해 점봉산으로 오를 수 있지만 우리는 우측의 길로 접어 든다. 다시 가파른 길이다.
배낭의 무게가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은 이유는 뭐지. 음식을 해먹고 그랬는데.
그 이유는 어제 저녁에 산 참외에 있다. 간식거리로 참외를 샀기 때문이다.
잠시 오름길을 올라서면 주전폭포가 위치하고 있다. 이 폭포도 수량이 없기는 마찬가지.
반복적인 오름길 오르기를 여러차례.. 등선폭포를 지나 주전골의 마지막 오름길을 오른다.
오름길 중간에 누군지 모르지만 시원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샘을 만들어 놓았다. 설악산의 산삼 썩은 물이라고 두 사발을 벌컹 마신다.
남례는 아예 2.2리터 통과 수통에 물을 가득 채운다. 이 물 집에까지 가지고 왔대요.
집에 차끓일때 사용한다고. 물좋은 것은 알아가지고.
물이 좋다니까 어감이 이상하다. 나이트클럽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닌가?
여기 물은 그런 물하고 달라요. 잠시 후 주전골과 흘림골의 경계인 안부에 도달을 했다.
이젠 주전골과의 이별이다. 그러나 이별 뒤엔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흘림골이다. 사진촬영도 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주변의 경치가 가히 절경이다. 그대 아는가? 흘림골을. 흘림골은
만물상과 칠형제봉 사이에 꼭꼭 숨어 있는 계곡을 말한다. 남례언니 내외분이 힘든구간을 아무 내색도 없이 잘 오셨다. 가파른 길을 내려가서 흘림골 가는 길은 다시 왼쪽으로 가야 한다.
가끔 산악회의 등산객들만 마주칠 뿐이다.
얼마의 오름짓을 했을까? 흘림골 최고의 전망대인 등선대가 위치하고 있는 안부에 도착을 한다.
배낭이 세 개 놓여 있다. 아마 사람들은 등선대를 올라갔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등선대에서 세사람이 내려 온다.
전망이 너무 좋으니 꼭 올라가보라고. 그런 이야기 안해도 다 아는데.
그래도 고마운 사람들이다. 일행이 모두 도착을 하자 등선대로 향한다.
등선대로 오르는 길은 밧줄이 걸려 있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등선대에 올라서자 주변의 경관이 너무 아름답다. 정면으로 서북능선길과 대청, 중청, 끝청이 보인다. 그리고 좌측 끝으로 안산이 보이고.
앞으로 칠형제봉이 우뚝 솟아 있다. 일곱 개의 암봉이 가지런히 솟아 있어 붙여진 이름이 7형제봉이다.
저 멀리 아스라히 한계령휴게소가 보인다. 그리고 뒤로 점봉산과 망대암산이 보이고.
멀리 한계령 휴게소에서 보았던 갖은 형태를 하고 있는 만물상까지.
아마 오늘 산행의 핵심이 등선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일 것이다.
반드시 권해주고 싶은 등선대에서의 조망이다. 다시 안부로 돌아와 급경사길을 내려간다.
이젠 오르는 길은 없다. 오로지 능선길과 내려가는 길만 있을 뿐이다.
도중에 주목들이 보인다. 오랜 시간동안 개방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등산로가 살아 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으로 언제까지 갈런지. 평생토록 이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인공구조물도 거의 없고. 어느덧 나는 여심폭포 앞에 서 있다.
여성의 가장 은밀한 부분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 “여심폭포”(여신폭포 또는 여궁폭포라고도 한다) 설악산이
제주도와 함께 한때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았을때 "신혼부부가 반드시 들러 이 폭포물을 나눠 마셨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 물을 신혼부부가 함께 나눠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서. 아들 낳고 싶으신 분들 여심폭포 물을 반드시 신랑과 함께 나눠 마시구려. 갈때 나 좀 끼워주면 내가 포터해줄께.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런 이야기도 알아 두시면 어떨까요?
조선 선조때의 일이다. 아내의 간통을 적발한 남편이 아내의 심처를 돌로 쳐 죽인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조정에서는 이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성리학이 지배하던 조선조이기에 여성의 성기(性器)를 공문서에 기록하기 뭐했는가 보다.
그래서 궁리를 하여 기록한 것이 “以無方之 打殺不忍見之處(이무방지 타살불인견지처)”라고 적었단다. 즉, “모나지 않는 돌로 차마 못 볼 곳을 때려 죽였다“라는 뜻이다.
이후 “不忍見之處”는 여성의 성기를 에둘러 이르는 말이 되었다. 여심폭포 아래에서 이런 문구를 생각하며 얼굴을 살짝 붉혀 본다(?)
사진촬영을 끝내고 내려 오는데 가까이서 차량의 통행소리가 들린다. 흘림골 산행의 끝자락에 와 있는 것이다.
잠시 후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주목 1천그루를 심었다는 표석을 지나니 매표소를 나오고 한계령 도로에서 산행을 마무리 한다.
일행이 모두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오염되지 않은 흘림골의 비경에 흠뻑 젖을 수 있었다.
나는 오늘 흘림골에서 허리 부러진 수백년된 전나무를 보았다. 또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주목을 보았다.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원시림의 비경을 보고 왔다.
흘림골은 수많은 영혼의 평온한 안식처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신비를 갖추고 있는 골짜기임을 세삼스럽게 느낀 산행이었다.
특히 저한테 귀한사람의 초대로 훌륭한 산행과 경치를 구경할 수 있었다고 말씀해 주신 남례언니 내외분 수고하셨습니다. |
'화무십일홍'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마추피추 (0) | 2010.03.17 |
---|---|
[스크랩] 파란 하늘과 하얀 설산이 잘 어우러진 `안나푸르나`의 풍경 (0) | 2010.03.17 |
[스크랩] 아 ! 우리 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아름다운 가을 정경 (0) | 2010.03.17 |
[스크랩] 한라산의 가을<성판악-백록담-관음사> (0) | 2010.03.17 |
[스크랩] 가을...계룡산 (0) | 2010.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