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의자

[스크랩] 갈참나무숲 노래방으로 오라 [김영남]

무아. 2010. 3. 16. 15:04

 

 

 

 

 

 

 

 

 

 

 

 

 노래방이란 약간 흐트러진 모습을 허용하는 곳이니 어두워야 하고, 소리는 틈으로 새는 속성이 있으니 아름다운 멜로디만 가둘 밀실이 필요하다. 밀실의 멜로디는 답답하니깐 일단 빙글빙글 돌려야 하고 돌리려면 사이키델릭 조명이 필요하다. 이게 설치되면 네모난 공간도 갑자기 활기가 넘친다.

 

 

 시인도 노랠 들려주고 따라 부르게 하는 노래방이나 다름없으니 성능이 좋은 고급 음향기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들려주는 노래란 활기가 넘쳐야 하고 음의 고저, 템포도 잘 조절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기가 좀 부실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좋은 노래란 팔, 다리가 없는 자유로운 형상이니 아무 곳이나 침투해 그곳을 적시고 더듬는다.

 

 

 그러나 예 노래방, 잔바람이 아침 햇살을 돌리는 갈참나무숲 노래방. 이 노래방에는 밀실도 고급 음향기기도 없는데 나뭇가지 사이의 노래가 내 몸 구석구석까지 더듬는다. 더듬다가 웃옷을 벗기고 날 눕힌다. 황홀한 하늘도 보게 한다. 내 잠시 숲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떠는 사이, 어느새 뻐꾸기 마이크가 휘파람새 마이크로 바뀐다. 마치 폭스트롯풍이 발라드풍으로 바뀌듯. 새들 노래방에서는 이슬도 알몸이 되어 뒹군다.

 

 

 

* 푸른 밤의 여로, 문학과 지성사(2006)

 

 

출처 : 시사랑
글쓴이 : 초록여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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