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의자

[스크랩] 걸친, 엄마 / 이경림

무아. 2010. 3. 16. 14:51
 
 
 
 
 
 
걸친, 엄마
 
 
 
/ 이경림
 
 
 
 
 
 

 

한 달 전에 돌아간 엄마 옷을 걸치고 시장에 간다

 

엄마의 팔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팔을 꿰고

 

엄마의 목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목을 꿰고

 

엄마의 다리가 들어갔던 구멍에 내 다리를 꿰!

 

고, 나는

 

엄마가 된다

 

걸을 때마다 펄렁펄렁

 

엄마 냄새가 풍긴다

 

―엄마…

 

―다 늙은 것이 엄마는 무슨

걸친 엄마가 눈을 흘긴다

 

 

시집 『상자들』(랜덤하우스중앙) 

 

 

 

 

 

 

 

 

 

 

 

 

 

 

 

출처 : 창작시대
글쓴이 : ghoguma 원글보기
메모 :

'생각하는 의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남편  (0) 2010.03.16
[스크랩] 다시, 봄날은 간다  (0) 2010.03.16
[스크랩] 제비꽃/권대웅  (0) 2010.03.16
[스크랩] 모항으로 가는 길  (0) 2010.03.16
[스크랩] 해남에서 온 편지  (0) 2010.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