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의자

[스크랩] 몹쓸 추억

무아. 2010. 3. 16. 14:45
저녁이 올 때마다 나는 두려워
서쪽 산으로 가고 싶거든

높은 산에 살 때였어
발 아래로
도시 하나가 어항에 잠긴 듯 불 켜기 시작하면
나는 점점 떠올라 해지는 곳으로 갔어

골짜기였어
갑자기 끊어진 길, 벼랑
서쪽 산과 나 사이에는
심연,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
나를 부르는 소리였을까
그곳에 살지 않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벼랑 아래에 나무처럼 꽂히고 있었어

누구세요, 하고 부르면 사라지는 그림자들
침묵의 말을 배울 때까지

눈 뜨면 사라지는 그림자들 


몹쓸 추억/노혜경

 

출처 : 무아생각
글쓴이 : 무아 원글보기
메모 :

'생각하는 의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不醉不歸  (0) 2010.03.16
[스크랩] 행복론  (0) 2010.03.16
[스크랩] 너는 기차를 타고 떠났다  (0) 2010.03.16
[스크랩] 스미다  (0) 2010.03.16
[스크랩] 우체국 계단  (0) 2010.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