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의자

[스크랩] 잎사귀 질 때

무아. 2010. 3. 16. 14:44
    잎사귀 질 때


    사랑은, 가지를 떠난
    잎사귀 한 장 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거처를 버렸으므로
    혼돈을 택했으므로
    솟구치는 기쁨이여 고독이여
    먼별에까지 미치는 파문이여
    당신을 안았을 때
    내 심장은 어떤 언어로 이글거렸을까
    결국 나락에 눕게 되겠지만
    그곳에 이르는 먼 여정이 축복이든 저주이든
    내 生은
    바람 한 자락에도 나부낄 것 같았다
    그러나 당신을 향한 내 폭발은 자꾸 유예시키고 싶었다
    잔해 가운데 가장 빛나는 보석은 있겠지만
    위험수위 직전의 목마름으로
    내 껍데기를 다 태우고 싶었던 것이다
    잎사귀 한 장 드디어 저 끝에 다다라도
    그 짧았던 시간이 내게는 영원일 것이므로
    사랑은, 당신의 배경으로 흐르는
    물줄기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고이지 않는 욕망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을, 당신을 탐하다가
    마음의 벽돌만 산산이 깨지고 나서




    황규관
출처 : 무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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