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응봉산 덕풍계곡-버릿골-산터골-재량밭골 1
응봉산(덕풍계곡-버릿골-산터골-재량밭골)
♡산행코스: 덕풍계곡 주차장-덕풍계곡-버릿교-버릿골-산터골-재량밭골(재량박골)-사곡리
(하산 후 사곡리 주민의 승용차로 덕풍계곡 주차장까지 25km 이동)
♡산행거리: 15km 이상 추정(비와 운무, 험준한 산세 때문에 트랭글 에러가 자주 발생)
♡날씨: 흐리고 비
♡함께한 이: 평택산악회 따라 홀로아리랑
♡삼척 울진의 명산 응봉산을 간다.
버릿골...
<월간 산> 표현을 빌리자면 "비밀로 남겨두고 싶은 이땅의 마지막 비경"...
정말 그럴싸하다.
어젯밤에 교차로를 검색하다가 버릿골 산행 공지를 발견하고
우중산행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막차로 신청한다.
그동안 응봉산을 여러번 다녀오긴 했다.
온정골-옛재능선 세번, 온정골-용소골-덕풍계곡 두번,
석개재-용인등봉-문지골 한번(이때는 다리 골절상으로 산행은 못함)...
표고가 1,000미터도 채 안되는 산(998.5m)이지만 어마어마한 지능선과 지계곡을 거느리고 있다.
아마 국립공원, 도립공원 급을 훨씬 능가하는 곳이 아닌가 하는데(특히 용소골은 오대산 노인봉 소금강 급)
자연공원으로 지정되지 않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장담컨대 인근 울진 백암산과 더불어 남한에 남은 최후의 비경지대가 아닐까 한다.
응봉산은 우리나라 열 손가락 안에 꼽아도 될 만큼 아름다운 계곡 여럿을 한 데 모아둔 산이다.
온정골, 용소골, 문지골, 버릿골, 구수골, 큰터골, 재량밭골(재량박골), 장장 12km의 덕풍계곡 등...
그나마 온정골과 용소골은 사람들의 때가 묻었다고 해도
나머지는 전인미답의 길이고 은둔의 길이며, 미지의 파라다이스임이 분명하다.
어쨌거나 버릿골의 백미인 버릿소의 블랙홀을 보는 게 오늘 산행의 목표였는데
길을 잘못 타는 바람에 버릿소는 구경도 못한 셈이다.
집에 와서 지도를 보니 버릿골과 재량밭골은 절반 정도 탔다.
예정에 없던 산터골의 숨은 선경을 본 것은 큰 수확이다.
그러나 짙은 운무와 비, 트랭글 에러로 내 인생 최대의 알바를 한다.
완전히 엉뚱한 곳으로 하산하게 되면서 하산시간에 맞추려 산에서 뛰고 또 뛴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곳은 덕풍계곡이 아니라 사곡리다.
주민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덕풍계곡 주차장까지 무려 25km(30분) 이동한다.
이렇게 먼 길을 돌아가야 하다니...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귀신에 홀린 기분이다.
감사의 답례로 5만원을 드린다.
십년감수한 하루였다.
살아 있음이 마냥 고맙고 행복하다.
느리게 인생이 지나갔다 ... 이기철
열 줄만 쓰고 그만두려 했던 시를
평생 쓰는 이유를 묻지 말아라
내가 편지에, 잘못 살았다고 쓰는 시간에도
나무는 건강하고 소낙비는 곧고 냇물은 즐겁게 흘러간다.
꽃들의 냄새가 땅 가까운 곳으로 내려오고
별들이 빨리 뜨지 못해서 발을 구른다.
모든 산 것들은 살아 있으므로 생이 된다
우리가 죽을 때 세상의 빛깔은 무슨 색일까,
무성하던 식욕은 어디로 갈까,
성욕은 어디로 사라질까,
추억이 내려놓은 저 형형색색의 길을
누구가 제 신발을 신고 타박타박 걸어갈까,
비와 구름과 번개와 검은 밤이
윤회처럼 돌아나간 창을 달고 집들은 서 있다.
문은 오늘도 습관처럼 한 가족을 받아들인다.
이제 늙어서 햇빛만 쬐고 있는 건물들
길과 정원들은 언제나 예절 바르고 집들은 항상 단정하고 공손하다.
그 바깥에 주둔군처럼 머물고 있는 외설스러운 빌딩들과 간판들
인생이라는 수신자 없는 우편 행랑을 지고
내 저 길을 참 오래 걸어왔다.
내일은 또 누가 새로운 식욕을 되질하며
저 길을 걸어갈까,
앞 사람이 남긴 발자국을 지우면서 내 이 길을 걸어왔으니
함께 선 나무보다 혼자 선 나무가 아름다움을
이제는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내 풍경 속에 천 번은 서 있었으니
생은 왜 혼자 먹는 저녁밥 같은가를 이제는 대답할 수 있을 듯하다.
종일 내리는 비로 트랭글 에러가 생긴다.
소요시간 1시간 9분은 말도 안된다.
산행 내내 스마트폰 액정에 물이 묻어 작동이 제대로 안된다.
하산을 완료하여 트랭글을 켜니 트랭글이 켜져 있던 최종지점과 이렇게 직선으로 터무니없이 연결해 준다.
산행거리는 정확히 알 수 없고(대략 15km 이상), 아래 소요시간은 맞게 나온 듯~
실제 걸은 코스를 그림으로 그려본다.
재량밭골 아래 사곡리로 하산하여 마을주민의 승용차를 타고
덕풍계곡까지 25km 이동한다.(30분 소요)
10시경 덕풍계곡 주차장에서 걸어오른다.
주최측에서 14:30까지 하산하라고 했으니
고작 산행에 4시간 30분 부여한 셈이다.
덕풍계곡을 여러번 왔지만 대개는 덕풍산장에서 트럭을 타고 내려왔다.
이렇게 걸어 오르는 건 처음이다.
덕풍계곡은 대형버스 진입이 안되는 길이라 단체로 트럭을 타고 오르는 사람들...
비가 계속하여 내린다.
연일 계속되는 비로 계곡물이 불어난 상태다.
덕풍계곡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우리 팀은 아니나 걸어서 계곡을 오르는 사람들
아마 용소골 가는 것 같다.
하늘엔 안개, 계곡엔 물안개
이백의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에서 따온 말인듯~
"별천지가 있지만 인간 세상은 아니다."
우중에 걷는 덕풍계곡은 꽤 운치있다.
버릿골로 들기 위해 총연장 12km인 덕풍계곡과 여기서 헤어진다.
덕풍계곡은 아직 위로 한참 올라야 하고,
그 위쪽은 용소골과 문지골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