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의자

[스크랩] 無心에 관하여

무아. 2010. 3. 16. 15:01

무심하다고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뜬금없이 사십 년 간 소식을 몰랐던 대학 동창이

자기도 무심했지만 절더러 더 무심하다 했습니다

닫혀진 인연이 다시 열린다는 건 분명 전율입니다

지금 열려 있는 인연들도 언젠가는 모두 닫혀질 터이지만

세상에, 사십 년 전 그 친구

육십의 고개를 넘어와 어느 풀밭에서 쉬다가

어쩌자고 문득 제 생각이 났을까요

어쩌다가 사십 년간 쳐둔 마음의 빗장이 열렸을까요

그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고독해진다는 것이리라

고독해진다는 것은 마음의 빗장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리라

날은 흐리고 왠지 서글퍼졌습니다

잊혀졌던 시간들이 일제히 튀어 오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허형만


 

                          <시로 여는 세상>, 2007,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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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겨레사랑산악회(since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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