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의자

[스크랩] 다시, 봄날은 간다

무아. 2010. 3. 16. 14:51

다시, 봄날은 간다 / 유종인 해장국집 찾으러 가는 사내의 늦은 토요일 아침, 차가운 봄비를 만난다 거리의 담벼락과 전봇대마다 심령대부흥회의 포스터가 불온전단처럼 나붙고 문득 罪지은 일들 한꺼번에 꽃무더기로 피어나는 오늘은 近東의 벚꽃축제 마지막 날, 난 말 없이 비 맞아 가는 유순한 짐승 한 마리! 내 이름을 다시 지어다오, 이제금 내 사랑의 거푸집을 다시 짜고 싶은 해장국집 창가 식당에 앉아 이마에 돋는 땀을 이 빠진 투가리에 떨구며 前生의 짐승, 내 뼈마디 같은 돼지뼈를 핥아먹으며 꽃을 잊었다 아조아조 숨막히게 술땀을 쏟으며 이 봄이 빗속에 한 채 꽃상여로 떠나는 창밖을 본다 꽃을 팔아 한 몸의 生이 시작하는 어린 창녀의 손을 잡고 변두리 샛강둑 버드나무 밑에서 누이야, 세상엔 바람이 분다 말해주고 싶었다 누이야, 꿈 없이도 다시 봄날은 간다

출처 :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
글쓴이 : 여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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