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의 고집 / 김현태
겨울이 다 지나도록
여태 저 놈, 허공을 붙들고 있다
이제 그만 내려와도
되련만,
이 악물고 버,티,고, 있다
내려와, 아랫묵에 등 지져도
뭐라 할 사람 하나 없는데
무슨 생고집인지
나뭇가지의 목덜미 놓아주지 않는다
바람이 들어닥칠 때면
홍시는 손아귀 힘을 더욱 준다
그럴 때마다, 그래서 얼굴이 붉어진 것이다
홍시는 끝끝내 버티려 한다
봄이 올 때까지만
홍시는 아는 것이다
자신마저 훌훌 털고 쪼르룩 내려온다면
홀로 긴 겨울을 버터야 하는
나뭇가지의 아픔을
홍시, 조금은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