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의자

[스크랩] 가을 노트/문정희

무아. 2010. 3. 16. 14:38
출처 : 겨레사랑산악회(since1992)
글쓴이 : 묘상화 원글보기
메모 :
      
    가을 노트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