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채(무아방)

[스크랩] 턱걸이 졸업

무아. 2010. 3. 15. 13:48
 

턱걸이 졸업





우여곡절 끝에 턱걸이로 졸업하는 날

취직 못한 아들 그래도 하늘처럼 섬기는

어머니의 보람된 한 순간을 위하여

가운 걸치고 사각모 눌러쓴다

혜비된 희열 헤프게 터트려 아낌없이 사진을 박고

하릴없이 교정 어슬렁거린다.

졸업식장엔 안 들어가냐는, 상 받을 게 없냐는

아직도 우등생만 회고하는 어머니 말씀

뒤로 흘리고 나면

당신 복장에 박았던 못이 쾅쾅 되박히는 것일까.

아끼는 후배들 몇

꽃다발 던져주며 까르르 목젖을 젖히고

과장된 몸짓으로 축하를 하는 동안

고개 돌려 졸업장 위 조용조용

쥐오줌 같은 눈물 비져놓는다.

인습의 공 굴리며 일찌감치 재주 부려보겠노라는 벗들은

구차한 인생 목숨 걸 필요 뭐 있냐 하였지만

생각할수록 가슴벽 짓뜯는 회한

어디선가 성긴 눈발 듣는다.


출처 : 무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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