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가된나무

[스크랩] 북한강에서/정태춘

무아. 2010. 3. 15. 13:42

 

 

북한강에서

/정호승

 


너를 보내고 나니 눈물 난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날이 올 것만 같다

만나야 할 때에 서로 헤어지고

사랑해야 할 때에 서로 죽여버린

너를 보내고 나니 꽃이 진다

사는 날까지 살아보겠다고

돌아갈 수 없는 저녁 강가에 서서

너를 보내고 나니 해가 진다

두 번 다시 만날 날이 없을 것 같은

강 건너 붉은 새가 말없이 사라진다 

 

 

 

 

 

 

 

북한강에서/정태춘

 

저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 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 빈 거릴 생각 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소.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 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젠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

 


 

 

출처 : 생활불교
글쓴이 : 보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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