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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소설가 이청준 타계

무아. 2010. 3. 15. 00:04


31일 오전 폐암으로 타계한 소설가 고 이청준()씨의 빈소가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졌다. 장례식은 문인장으로 3일간 치러진다. '서편제', '당신들의 천국' 등을 내놓으며 다채로운 소설세계를 구축한 고 이청준씨는 지난해 폐암을 선고 받은 후 최근 병세가 악화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약물 치료를 받아왔다. 향년 69세. [연합]
"문학은 불행의 그림자를 먹고 자라는 괴물입니다. 삶의 압력, 현실의 압력이 가중되면 이걸 견뎌 내려는 정신의 틀을 만드는 것이 문학적 상상력이겠지요." (문학평론가 권오룡 씨와의 대담, '이청준 깊이 읽기' 중에서)

소설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의 작가 이청준 씨가 31일 새벽 4시 경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9세.

전남 장흥 출신인 고인은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40여 년 간 120여 편의 작품을 남긴 고인은 언어를 통한 관념과 지성의 깊이, 한의 정서를 보여준 작가로 평가받는다.

일제 강점기, 6·25전쟁 등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겪은 고인의 문학적 출발은 '삶과 시대의 고통'이었다. 그는 열 살도 되기 전에 아버지, 맏형, 동생의 죽음을 지켜봤다. 당시 죽은 형이 책과 노트에 남겨둔 글은 고인의 문학적 상상력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고향과 어머니'는 그가 평소 "내 삶과 문학의 뿌리"라고 자주 되뇌곤 했다.

"물레방아 돌아가듯 때 되면 작품을 내고 또 냈다" (2007년 마지막 작품집을 발표하며)는 작가는 꾸준한 활동만큼 작품의 주제 의식도 심오했다. '당신들의 천국'에서는 소록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우의적으로 그려냈으며 '병신과 머저리'는 1950년대 전후 소설의 허무주의적인 세계를 뛰어넘어 '경험과 마찰'이라는 문제를 다룬 것으로 평가 받는다. 2003년에는 25권으로 된 전집(열림원)이 출간됐다.

고인의 작품 중에는 영화로 만들어져 대중에게 친숙한 작품이 적지 않다. 소리에 담긴 토속적 정한을 담아낸 '서편제'(1993년), 어머니의 죽음과 장례식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축제'(1996년), 그리고 '선학동 나그네'를 영화한 '천년학' (2007년)은 모두 임권택 영화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임 감독은 "그분 작품이 주는 총체적인 느낌과 깊이에 공감하고 매료됐다"며 "병을 가진 뒤로는 만나지 못했지만 새 작품으로 볼 수 있길 기대했다. 한국 문학사에 누구보다 큰 기여를 한 대작가"라고 말했다. 고인의 작품 '벌레이야기'는 이창동 감독이 '밀양'(2007년)으로 영화화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고인은 소설 외에도 '작가의 작은 손'(1978년) 등 산문집을 통해 문학세계를 드러내기도 했으며 수궁가, 옹고집 타령 등 '이청준 판소리 동화'(1997) 등을 집필해 우리 소리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과 인촌상 등을 수상했다.

소설가 이인성 씨는 "후배로서 가장 존경하는 부분은 문학적인 장인정신이 투철하신 점이었다. 전집에 들어갈 작품의 판본을 확정하기 위해 아주 꼼꼼히 작품을 고쳐 쓰시고 친필로 교정을 보시곤 했다"고 회상했다.

소설가 천명관 씨는 "귀를 기울여야 들릴 만큼 조근 조근 자상하게 말씀하시던 모습, 내내 얇은 담배를 손에 들고 계셨던 모습, 수집하던 수석들에 얽힌 사소한 인연까지 기억하고 계시던 섬세한 모습, 오랜 지인들과의 술자리에 아이처럼 들떠하시던 모습이 선하다"며 "학창시절부터 작품을 통해 존경하고 흠모하던 선생님과 내가 뵌 선생님이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인은 투병 중이던 지난해 11월 소설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를 발표하며 멈추지 않는 창작열을 드러냈다. "석양녘 장보따리 거두는 마음으로 쓴 책"이라고 했던 이 작품은 그의 마지막 불꽃이 됐다.

유족은 부인 남경자(65) 씨와 1녀. 빈소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장례는 문학인장(위원장 김병익)으로 치러진다. 2일 오전 7시 영결식을 하고 오후 2시 고향인 전남 장흥에서 노제와 장례식을 치른다. 장지는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 갯나들. 02-3410-6914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출처 : 우리문화탐사회
글쓴이 : 선운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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