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제사상의 의미
<즐거운 한가위> 제사상의 모든 것 | ||
제사를 지내는 데는 복잡한 절차가 따른다.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는 "정성만 있으면 되지, 절차가 무슨 상관이냐?"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이런 예법에도 다 이유가 있는 법. 우리 조상들은 삶의 지혜와 믿음 등이 담겨있는 것이다. 진귀한 음식은 형편이 여의치 않아도 꼭 제삿상에 올려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추려 노력했고, 귀신을 쫓거나 부정한 미신이 깃든 음식들은 절대 제사상에 올려놓지 않았다. 제사상에 얽힌 '비밀'을 풀어봤다. 좌반우갱(左飯右羹·제삿밥은 왼쪽, 국은 오른쪽),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생동숙서(生東熟西·생 것은 동쪽, 익힌 것은 서쪽), 좌포우혜(左脯右醯`포는 왼쪽, 식혜·젓갈류는 오른쪽), 어동육서(魚東肉西·생선은 동쪽, 육류는 서쪽), 두동미서(頭東尾西·생선의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건좌습우(乾左濕右·마른 것은 왼쪽, 젖은 것은 오른쪽), 접동잔서(接東盞西`접시는 동쪽, 잔은 서쪽)에 따른다. 대추는 꽃이 되면 절대로 그냥 떨어지는 법이 없다고 한다. 아무리 비바람이 치고 폭풍이 불어도 반드시 열매 하나를 맺고서야 떨어진다. 이것은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 가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대추씨는 통씨여서 곧 절개를 뜻하며 순수한 혈통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든 식물은 싹이 나서 뿌리를 내리면 씨앗이 썩어 없어지지만, 밤은 뿌리를 내리고 성숙한 나무가 되어도 최초의 씨밤이 절대 썩지 않고 생밤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내실이 꽉 차 있는 됨됨이를 잘 살피라는 가르침이 서려있다. 또한 배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황인종을 뜻한다는 설도 있으며, 오행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을 나타내고 있고 배의 속살이 하얀 것은 우리 백의민족에 빗대어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제수에 올렸다는 풀이도 있다. 접을 붙인다는 것은 결혼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고, 생가지를 칼로 찢어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이 따르는 선인의 가르침을 배워야만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가 될 수 있다는 '배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명태(북어포)는 동해의 대표적인 어물이자 머리도 크고 알이 많아 훌륭한 아들을 많이 두고 알과 같이 부자가 되게 해 달라는 유래가 깃들어 있다. 이는 느낌만으로 배가 부를 수 있다는 것으로, 조금만 깎아서 과일의 속살과 접촉할 수 있게 해주면 귀신이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동동주에서 위의 맑은 술만 걸러서 떠 낸 고급술로 옛날에는 청주만 따로 보관해 뒀다가 조상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제삿상에 올린 것이다. 오히려 조선 시대에는 이런 과일이 귀해 임금이나 가까운 신하들만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서석목 국장은 "제삿상 예법을 까다롭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조상을 생각하는 정성을 담아 차리면 되는 것"이라며 "제삿상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평소 고인이 즐겨 먹던 음식이나, 옛날에는 맛볼수 없었던 진귀한 과일 등을 쓰는 것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옛 사람들은 복숭아가 요사스런 기운을 몰아내고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제삿상에는 복숭아를 올리지 않고 집 안에 조차 복숭아 나무 심기를 꺼렸다. 복숭아를 두면 제사 때 조상의 혼이 찾아 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고춧가루나 붉은팥 등은 귀신을 쫓아내는 역할을 한다고 믿어졌기 때문. 그래서 제삿상에 올리는 음식에는 고춧가루 양념을 하지 않고, 떡 역시 흰 고물만을 사용해왔다. 일부지방에서는 김치를 제삿상에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 때도 고추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백김치를 사용한다. 멸치, 갈치, 꽁치, 준치, 넙치 등 '치'자로 끝나는 생선은 하급어종으로 분류돼 조상님에게 최상의 음식을 대접한다는 예법에 어긋나기 때문. 비늘이 없는 고등어나 삼치, 뱀장어, 메기 등 역시 제삿상에 올려서는 안된다. 비늘이 없는 생선은 예로부터 부정한 생선으로 구분을 했기 때문이다. 잉어를 제삿상에 사용하지 않는 것은 조금 다른 이유다. 잉어는 예로부터 성스러운 영물로 숭앙되기 때문에 제삿상에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제주(祭主)가 신위 앞으로 나아가 향을 올리고 잔에 술을 조금 따라 두 손으로 향불 위에서 세번 돌린 다음 모사(혹은 퇴주그릇)에 조금씩 세 번 붓고 두번 절한다. 여자는 네 번 절한다. 축을 다 읽으면 참사자는 조용히 일어서고 제주는 두 번 절한 후 제자리로 간다. 손님(賓)이나 아헌자의 다음가는 근친자가 잔을 올리는데 잔을 7부쯤 부어서 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