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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현서아범 보셈...,

무아. 2010. 3. 13. 09:29
형님이 대작의 상대로 저를 찾으시니 눈물겹게 고맙기도 하고
가시방석에 앉은 듯 미안하기도 하고, 좀 쑥쓰쑥쓰...
안성 내려온 이후로 점차 산행도 뜸해지고
먹고사는 게 뭔지 시간내기가 쉽지 않네요.
뭐라고 핑계달 건 많은데
두말 하면 잔소리겠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것이 사람 맘이겠지요.
마음은 보이는 거니까요.
나이먹으면서 마음을 꿰뚫어 읽는 독심술 같은 게 생깁니다.
그 독심술은 나를 보는 사람도 물론 갖고 있겠죠.
그들의 눈에 내가 어떻게 보였을까 생각하면
세상사는 게 늘 후회막급이죠.
어제 형님과 술 한잔 거나하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에구, 만사를 제쳐놓고라도 꼭 한번 시간을 내야겠군요.

외람되지만...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데...
그냥 사고를 옥죄는 끈을 이제 그만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이제는 그냥 모나지 않고 둥글게 둥글게
정말이지 두루뭉수리하게 살고싶다는 생각...
좋은 게 좋은 거다, 세상의 숱한 범인들처럼 시류에 영합하여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흐느적거리며 살고싶다는 생각...
예전에 정의고 진리였던 가치를 보듬고 세상살이에 섞이다 보면
내가 너무 덜떨어지고 시대착오에 빠져사는 듯한 퇴행감...
화무십일홍일까, 정말 열흘 붉은 꽃 없는 걸까,
온갖것 다 집어던지고
세상이 가르쳐준 처세술대로 물흐르듯, 아니 가끔은 비겁하게 살아버리고 싶다는 생각...


그러나 바다가 썩지 않는 건 3%의 소금물 때문이라고 하죠.
형님 같은 건강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 남아 있는 한
우리 사회는 그래도 살아야할 희망이 남아있는 거겠죠.
누가 뭐래도 형님은 우리 산악회의 든든한 울타리이며 좌표입니다.
누군가가 앞서 세워둔 이정표를 따라 길을 따라가는 건 쉽습니다.
지금 형님이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힘이 됩니다.
허허, 그러고보니 형님세대는 참 외로울 수도 있겠네요.
그 외로움을 함께 나누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형님, 힘내세요.

출처 : 겨레사랑산악회(since1992)
글쓴이 : 무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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