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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운수 나쁜 날

무아. 2010. 3. 13. 09:16
아반떼 XD와 에쿠스가 접촉사고를 냈다.
이 경우 누가 더 억울할까?




대보나 마나라구요?
이건 부끄럽지만 제 얘깁니다.
어제 제 승용차(아반떼 XD)와 삐까번쩍한 에쿠스가
외나무 다리에서 맞닥뜨려 접촉 사고를 냈지 뭡니까.
그것도 근 3년간 최소 하루에 한번 이상 왕복하는 우리 동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요.

평소 우리 동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면 아파트 단지 진입로를 들어와
우회전해서 다시 10M 정도 직진하다가 지하로 내려가게 됩니다.
우리 집 꼬맹이 둘 태우고 룰루랄라 잠시 시내 나갔다 오는 길이었죠.
어제따라 연이틀 단지 내에 무슨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를 한답시고
진입로 양쪽으로 천막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있었구요,
우회전하는 바로 그 지점에 대형 트럭(위에 아동용 바이킹 시설을 갖춘 트럭)이
떡 하니 가로막고 있었답니다.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은 고로 어쩔 수 없이 각도를 좀 크게 그려 우회전을 하게 됐죠.
그리고 5미터 정도 서행하면서 길 오른쪽으로 붙이고 있는데
맞은편 지하 주차장에서 경사로를 타고 까만 고급 승용차가 올라오는 게 보이더군요.
아래까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나로선 이쪽을 보면 일단정지하겠지 싶어
먼저 일단 정지하고 있었죠.
그 순간 이 차가 경사로의 턱을 넘어 그대로 쭉 밀고와서 받아버리더군요.
물론 두 차의 전면 좌측이 볼썽사납게 찌그러졌죠.
다행히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구요. 아이들이 좀 놀라긴 했지만요.
뭐 제길, 영화 찍자는 것도 아니고,
저쪽에서 좀 귀부인 차림을 한 사십대 중반의 여자가 내리더군요.
그순간 비로소 나를 기겁하게 한 것은 다름아닌 에쿠스란 영문 글자.
에그머니, 계란값! 하필 재수옴붙게시리 에쿠스라니...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원!

부랴부랴 보험사에 연락하고
공업사에 가서 대충 견적을 내보니 제 차는 60-70만원 가량,
상대 차는 150만원 이상 나올 거라고 하네요. 뭐 에쿠스는 미세한 게 많대나 어쨌대나.
들이받은 쪽은 오히려 저쪽인데 내가 이면도로의 가상 중앙선을 넘어
상대방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만으로 6:4 정도로 불리하다고 하네요.
졸지에 쇼트 트랙에서 오노 진로방해한 김동성 꼴이 됐지 뭡니까.
김동성의 억울한 심정을 이제야 알 것 같아요.
(김동성, 이제 너는 나의 동지다.)

사고 난 지점은 노란 중앙선이 있을 리 만무한 주택가 안이지만
어쨌거나 운전자가 상식적으로 여기는 가상의 중앙선을 침범했다는 것이 과실이죠.
물론 노란 중앙선이 있을 때보다야 훨씬 책임이 가볍긴 하겠지만요.
시야를 우뚝 가로막고 서 있던 저 뻔뻔한 바이킹 트럭에 항의할 수도 없고... 젠장!

저쪽 운전자는 우리 아파트 주민이 아니라 아마 바자회나 다른 용무로 온 것 같았고.
승용차가 에쿠스인 걸로 보아 남편 차를 끌고 나온 것 같아요.
아무리 부자라 해도 차체가 커서 에쿠스를 직접 모는 여자는 흔치 않거든요.
지형지물을 잘 몰랐거나 운전이 좀 미숙했거나 그랬을 수도...
그러거나 말거나, 쌍방 합쳐서 피해액이 200만원 이하면 3년간 보험료 20% 할증,
그 이상이면 30% 할증이라고 합니다.
에고고, 200만원 이하가 되도록 기도해야겠네요.
여러분들도 제발 5:5가 되도록 내일부터 새벽 기도발 세워 주시압.

어제는 사실 접촉사고가 났다는 것보다
받은 차가 하필 에쿠스라는 것에 일없이 화가 났었는데
인명사고 아닌 걸로 그냥 위안 삼고
액땜했거니 편하게 생각하렵니다.
여러분도 운전 조심하세요.


출처 : 겨레사랑산악회(since1992)
글쓴이 : 무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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