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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휴가 댕기왔시요(2)

무아. 2010. 3. 13. 09:12
어제 아침 일찍 카메라를 찾으러 화개장터로 떠나면서
이게 웬 떡이람, 속으로 희희낙낙하였죠.
이 마음 아마 우리 애엄마는 모를 겁니다.
아닌게아니라 또 지리산까지 어지간히 귀찮겠다고 선수를 쳤거든요.
가공할 만한 표정 연기까지 동원하여...

화개장터로 가는 길에 먼저 청학동을 생각했으나
하동에서 슬그머니 길을 지나쳐 버리는 바람에 다음 기회로 미루고...

박경리의 '토지'의 배경이 된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방문.
이곳은 일전에 민애청 글모임 '섬진강' 문학기행 때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관광객들이 많아져서인지 따로 주차시설을 해놨고,
진입로까지 산뜻하게 포장을 해놨더군요.
옛날에 '토지' 드라마 때(한혜숙 땐지 최수지 땐지 모르겠으나)
실제로 일부는 여기서 촬영했다더군요.
이곳도 이농현상이 비켜가지 않아 허물어져 가는 빈집이 많고
그 당시의 돌담집은 온데간데없이 현대식으로 개조된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인가, 길상과 서희에 대한 단상을 하기엔 좀 어설픈 면이 있습니다.
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빠른 세상에 살면서 그쪽만 변하질 않고
그대로 머물길 바라는 건 너무 도시인들의 이기적인 사고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 금방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새롭게 단장한 최참판댁과 박경리 기념관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아참 제가 좋아하는 가수 '김두수'라는 이름도
이 토지에 나오는 악당 이름이죠.


화개장터에 들러 카메라를 찾고
주인에게 또 놀러오마고 기약없는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시골인심인지라 맘푸근했습니다.
화개장터 앞에는 섬진강을 가로질러 광양 쪽으로 '남도대교'가 생겨더군요.
아직 축하 현수막이 걸린 걸로 봐서 개통식을 한 지 얼마 안 된 거 같아요.

그리고 쌍계사 십리벚꽃길을 따라 대성골을 감상하며 의신마을까지 올라갔습니다.
거기서 잠깐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죽었다던 빗점골이 어딜까,
대충 눈사위로 가늠해보고, 알듯 모를듯 서너번 고개도 끄덕여보고...
내려왔습니다.

아직 안가본 칠불암을 가보고 싶었으나 역시 달린 혹들의 저항 때문에 포기.
(그 유명한 쌍계사와 불일폭포는 생략함.
애엄마와 연애시절에 지리산 남부능선 종주를 한 적이 있습죠.
그때 쌍계사-불일폭포-남부능선-세석고원-한신, 백무동계곡으로 갔었죠.
그때의 애틋한 기억이 나서 잠시 웃음꽃을 피웠음.)

이번에는 피아골로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
차가운 계곡물에 서너시간 몸을 담그고, 바위에 누워 몸을 지지고 왔습니다.
어디서나 피서객들로 발디딜 틈 없이 바글바글...
협곡인 피아골의 장관은 사실 중상류로 올라가야 맛이지만
우리가 물놀이한 곳도 꽤 경치가 그만이었습니다.
우리 큰놈이 물을 보고 얼마나 좋아하던지 기뻤습니다.
작년에 도명산 화양구곡을 갔을 땐 물을 무척이나 겁내
우리 부부를 당혹케 했거든요.

구례로 올라가는 길에
'반달가슴곰 있는 문수사 7km'라는 이정표가 눈에 띄어
예정에 없던 지리산 문수골로 향했습니다.
전에 TV에서 문수사의 반달곰과 주지스님에 대한 소개가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갑자기 유명해져서인지 최근에 인파가 몰린답니다.
그러나 이곳은 길이 너무 안좋더군요.
(4km 정도 포장도로가 이어지다가 이후 3km 구간은 덜컹대는 콘그리트길,
그나마 차 두대가 겨우 비킬 정도로 협소하고,
산 중턱까지 엄청난 경사길을 구불구불 올라야 합니다.
가실 분은 단단히 고생을 각오해야 할 듯합니다.
사실 우리에 갇혀 있는 두 마리 반달가슴곰(사육)을 보는 대가 치고는
좀 본전 생각이 나는 곳이더군요.

마지막으로 고향 내려갈 때 못 들른 화엄사를 방문했습니다.
지난번 문학기행 때도 느낀 거지만
화엄사 입장료는 너무 비싸죠. 3,000원
물론 화엄사의 국보와 보물(국보-각황전, 탱화, 석등, 쌍사자 4층 석탑,
보물-동오층석탑, 서오층석탑, 대웅전, 화엄석경 등)과
여남개 되는 암자가 충분한 가치를 자랑하겠지만,
우리처럼 단순히 관광하러 온 사람들은 지리산 구석구석마다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게 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뎌 6시 30분경, 추어탕으로 배를 불리고 안성으로 출발.
때마침 꾹 참고 있던 비가 뿌리기 시작...
다행히 이번 휴가는 비 한방울 안 맞고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우리 시골에 전화했더니
예정일보다 닷새나 일찍 소가 송아지(수컷)을 낳았다고 합니다.
어제 아침까지 태기를 느끼는지 거푸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새끼가 커서 낳는데 고생을 이만저만한 게 아닌 모양입니다.
그러나 시골에 새 식구가 생겨 든든하실 어머니를 생각하니
한결 맘이 놓입니다.





































출처 : 겨레사랑산악회(since1992)
글쓴이 : 무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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